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연어
    서평 2019. 2. 16. 20:24

    책 <연어>의 주인공 은빛연어는 별종연어다. 그저 본능에 따라 강 상류를 거슬러오르는 다른 연어들과는 달리, 외양부터 눈에 띄는 은빛비늘로 덮여있는 은빛연어는 자유라는 연어로서 써선 안될 말을 쓰기도 하며, 알을 낳기 위해서만이 아닌 연어만의 삶의 이유가 있을거라고 믿으며 마음 한쪽 구석에 희망과 호기심을 품고사는 연어다.

    그래서 그는, 고향으로 가는 여정내내 눈맑은연어, 초록강, 징검다리 등등에게 마음으로 대화하며 배우면서 본인의 삶의 이유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한다.


    다른 좋은 대화들도 있었지만, 그중에 초록강과의 대화가 곱씹어 볼 만한 것 같다.


    "그럼 아저씨의 삶의 이유는 뭔가요?"

    "그건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야."

    "존재한다는 게 삶의 이유라구요?"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배경이란 뭐죠?"

    "내가 지금 여기서 너를 감싸고 있는 것, 나는 여기 있음으로 해서 너의 배경이 되는 거야."

    "아하!"

    "이제 조금 알겠니?"

    "네.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그렇지."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렇지."

    "그러면 연어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래, 그렇고말고."


    "꼭 몸집이 커야 배경이 되는 게 아니거든.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곧이어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초록강을 떠나고 마침내 연어들의 길인 폭포를 뛰어오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죽기전, 눈맑은연어가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라고 묻지만 답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는 한 오라기의 희망을 품지 않는 연어보단 본인은 행복한 연어였다며 지나온 삶을 회상하며 알을 낳고 죽는다.


    처음 이 줄거리를 보았을 때는 결국 희망도, 삶의 이유도 못찾은 은빛연어 이야기여서 불쌍한 연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근데 다시 들춰보니, 은빛연어 그 자신은, 삶의 이유를 못찾았다고는 했지만 여행 도중에 눈맑은연어와의 사랑, 그리고 알을 낳고 죽음으로써 거대한 자연의 일부 곧 배경- 이 되는 길을 택함으로써 나름의 삶을 잘 살다간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엄청나고 거대한 삶의 이유, 고상한 이유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냥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잘 살다 가는 것-도 나름의 의미있는 삶이다라는 걸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약간 아리송한 책이었다.


    삶의 이유

    초록강 = 존재한다는 것, 나 아는 것들의 배경

    징검다리 = 짓밟히면서 발검음을 옮겨주는 일을 하는 것

    연어 = 알을 낳고 죽는 것?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