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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일 제대로 하는 법
    서평 2019. 5. 29. 21:59

    결과까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공부를 할 때도, 누가 맡겨준 심부름을 할 때도, 심지어 방 정리정돈을 할 때도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이는 결과가 별로라 혼나는 게 당연하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섭섭했지만 이제는 안다. 동기가 아무리 좋았든, 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던 간에 보이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 여기 이렇게 노력 많이 했소~~~'라고 어필할 수도, 억울함을 표현할 수도 없다는 걸. 또한 어떤 사람이 결과가 좋았다는 건, 과정까지 올바랐다는 것을 포함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여기, 좋은 결과까지 내는 것이 중요한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바로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았을 선의인 '기부'에 관해서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맥어스킬은 선의에는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 따라야 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착한 일을 해야하고, 성과까지 따져야한다고 주장해 얼핏 보면 선의와 관련되어있지 않아보이는 사람같다. 허나 서문에 나온 다음의 문구들을 읽어보면 세상을 좋게 바꾸려는 그의 진심을 오해할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트레버 필드의 사례가 보여주듯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돕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지, 선의가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부작용 없이 최대한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못한 탓이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따뜻한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다시 말해 이타적 행위에 데이터와 이성을 적용할 때라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는 남을 도우려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행동으로 옮기곤 한다. 숫자와 이성을 들이대면 선행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만다. 이 책은 우리의 선행이 이처럼 선의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으며,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설 때라야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을 경우, 전문가와 상담을 하거나, 동종업체를 조사해 그 기업의 실적을 일일이 따져보는 등의 갖은 노력은 다 하면서, 유독 자선단체 기부에 있어서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의 말만 믿고 선뜻 돈을 내는 멍청한 짓을 한다며 일침을 가한다. 생각해보니 나 또한 물건을 살 때는 경쟁사와 온갖 가격비교, 품질 비교를 하면서, 기부를 할 때는 그저 그 사람이 좋을 일을 할거라는 믿음 하나로 기부를 무턱대고 한 적이 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그 사람이 엉뚱한 데에 썼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그래서 그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 이타주의'를 지향해야 하며, 그 이타주의를 실현할 길잡이가 되는 질문 즉,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 때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될 5가지 핵심질문과 사고틀을 1부에서 제안한다.

     

    다음은 5가지 핵심 질문과 그에 따른 사고틀들이다.

     

    1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당신이 가진 돈과 시간은 제한돼 있고 당신이 세상 모든 일을 해결할 수도 없으므로 이타적 행위에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것이다. 선택하기가 어렵다면 이를 위한 방법으로 질보정수명(QALY)라는 지표를 참고하라고 권한다.

    2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최고의 자선 프로그램의 성과가 원조 효과의 평균치를 크게 높이므로, 평균 이상의 효과만 내는 프로그램이 아닌 최고의 자선 프로그램, 즉 가장 효율적인 단체에 기부해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3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수확체감의 법칙을 감안해 널리 알려진 영역인 재해구호 기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덜 투입된 분야에 집중해야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4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안의 화제였던 교도소 체험사업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악영향을 끼쳤음을 알려주어, 대규모 사회사업을 시행하려 할 때 여러 차례의 대조시험을 거쳐 그 효과를 엄격히 검증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5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기대가치'를 고려해 성공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할 경우 그 영향력이 워낙 커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 예를 들면 투표, 정계 진출, 사회 변혁 캠페인, 세계적 재앙 위험 완화 등도 고려해볼만한 활동들이라고 한다.

     

    그 다음 2부에서는, 효율적인 선행을 위한 판단기준을 제시해준다. 기브디렉틀리, DMI 등의 실제 단체들을 비용효율성, 실효성 검증, 사업 실행력, 추가 재원재달 같은 여러 기준들을 적용해 비교분석해준다.

    여기서 그는 빈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많은 이들을 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들은 쉽사리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운 영역이므로 무엇보다 기부자의 '선의'가 절실한 문제들이라고 언급을 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사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널리 알려져있는 방법인 전자제품 쓰지 않을 때 전원 꺼두기, 방에서 나갈 때 전등 끄기, 비닐봉지 사용하지 않기 등이 생각보다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이런 방법들보다 고기 섭취 줄이기, 장거리 이동 줄이기, 가정에서 전기 및 가스 사용 줄이기 등이 더 효과가 있고, 무엇보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쿨어스같은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보다 탄소 상쇄(다른 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사업에 기금을 내는 것)가 더 효과적이라니 놀랍다.

     

    그리고 동물복지 부분도 나름 충격이었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돼지, 닭들의 절대다수가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사육되어 삶의 질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었다니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무지가 죄다라는 생각이 들며 그동안 맛있게, 생각없이 먹었던 많은 돼지고기, 닭고기들에게 절로 숙연해졌다.
    오직 인간에게 잡아먹혀지기 위해 좁은 우리에서 지내고 살을 억지로 찌우는 등 끔찍한 환경에서 학대당하며 사육되다가 고기반찬으로 올라온다는 사실을 접하니 혼란스럽다.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선 고기를 먹어야겠는데, 그 많은 고기들이 실은 수많은 식용동물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니.

    그래서 저자는 동물도 인도적으로 대해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수년간 채식을 실천 중이라고 한다. 보면서 나는 어찌해야하나 잠시 생각을 했다.

    그래, 우선 치킨부터 줄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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