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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을 잠재우는 방법서평 2019. 10. 26. 01:16
'자기가 연예인인줄 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람들을 피해다녔던 나에게 들렸던 말이다. 나는 20대 초에 정신건강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는데, 일단 사람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꼭 만나야 하는 모임 전날이면 스트레스로 배가 아팠다. 길을 걷는데 건너편에서 사람 실루엣, 목소리 등이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턴을 돌아서 가던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일부러 걷곤 했다. 길이 일방통행이라 다른 길로 갈 수 없을 때면 내 트레이드 마크 행동이었던 머리를 오른편이나 왼편으로 홱 돌리고 빠르게 걷기를 시전했다. 다~ 사람과 부딪히기 싫어서였다. 남자든 여자든 다 만나기 싫었다. 가만히 방에 처박혀 나를 한없이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트와 학교, 도서관 정도만 겨우겨우 외출하고는 방에만 틀어박혀있는 생활을 몇년 간 했다.
'누적된 패배감'이었다. 성취라고 할 만한 걸 하지 못했다. 매번 실패만 반복하고 나는 분명 노력을 했는데, 노력에 맞는 결과를 갖지 못했다. 거기에 내 노력 자체를 부정당했다. '노력하는 척만 한다'라고 들은 것이다. 나는 분명 인간관계 다 끊으면서까지 노력했는데 말이다. 코칭이 필요한 것이었지, 내 노력자체를 부정당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렇게 청소년 시절을 우울하게 보내다가 곧이어 진학한 대학에서도 적응을 잘 못했다. 방황했고 또 성취를 못했다. 남들이 나를 보면 다 비웃는 것 같았고 욕을 하려 준비 중인 것 같았다. 그렇게 22살 무렵에 정신건강 나쁨이 최정점을 찍었다. 어느날 계단을 걷다가 심장이 바늘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계속 긁어주는 것 같은 증상을 경험한 것이다. 그때 정신이 안좋으면 이런 경험까지 할 수 있구나 하고 신기했던 적이 기억난다.
그 와중에 처음에 언급한 편견섞인 말-사람들을 지나치게 피하는 것은 본인을 너무 좋게 평가해서라는-을 들었다. 그때도 모임을 꼭 가야한다해서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는데 저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정말, 사람들은 본인이 겪은 경험이 아니면 잘 공감해주지 못한다.
본인이 직접 겪어본 후에야 본인의 말, 행동이 실례되는 말인줄 그제서야 알아차린다.
책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의 저자 벨라 마키도 그 정도까지 힘들어본적이 없는 사람들의 편견과 막말에 대해서 얘기한다. 면전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나약해서 생기는 것이라며 마음만 굳게 먹으면 이겨낼 수 있다라고 얘기하거나 언론이 얼마나 편향된 시각으로 정신질환에 대해서 다루는지, 그래서 그러한 편견들이 쌓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지원을 못받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을 놓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이 '정신이 나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문제여서 생긴 것일까?
저자 벨라 마키는 NHS에서 나온 불안 질환이 생기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 뇌에서 감정, 행동과 관련된 영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
˙ 뇌에서 감정 조절과 관련된 화학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균형이 깨지는 것
˙ 유전자(가족 중에 범불안장애 환자가 있으면 범불안장애가 생길 확률이 다섯 배쯤 높아진다)
˙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사건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
113p
그니까, 범불안장애 같은 불안 질환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뇌와 유전자이었던 것이다. 정신이 나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또한 보통의 건강한 뇌와 유전자를 가진 자들도 성폭행, 구타, 왕따, 사고, 참변을 겪는 사건 등을 겪는다면 충분히 불안장애에 걸릴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궁금증이 일 것이다. 벨라마키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라고 말이다.
우선, 이 책의 저자 벨라는 이혼을 당한후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집근처만 빙빙 돌았지만 뛰면서 정신건강이 차츰 좋아지기 시작하여 평소 공황발작때문에 피했던 지하철, 광장까지 무사히 지나쳐달리는데 성공한다. 그뿐인가? 본인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로 깨닫고, 이혼을 딛고 새로운 사랑에도 성공한다!
운동이 이렇게나 좋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방에 처박혀있는 생활 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았다. 비록 우울에 찌들어서 외출은 안하다시피 했지만, 방에 있으며 온갖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글들, 시들 등등을 최선을 다해서 모았다.(이 시절에 제일 많이 모았다.. ) 그리고 확실히 그 글들에서 동기부여도 받고 인생을 다시 살아갈 힘도 얻고 치유도 했고 말이다. 이보다 더 불안정했던 청소년 시절에는 하도 불안해서 일기를 매일 쓰곤 했었다. 후에 찾아보니 글을 써보는 것이 불안을 다스리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당시에는 모르고 한 것이었지만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현재는 사람들 눈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되었고 전에는 인사도 안하고 피해다니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최소한 인사와 안부인사만이라도 하고 피해다니려 노력한다.
그럼 이제 그녀의 삶과 내 경험을 버무려서 불안과 우울을 잠재우는 방법을 다시한번 정리해보자.
1.약물처방, 상담을 받는다.
앞서 얘기했다싶이 정신질환은 뇌와 유전자, 그리고 트라우마를 일으킬만한 사건으로 이루어지므로, 가능한 이른시간내에 CBT(인지행동치료)와 약물처방을 받으면 좋아진다.
2.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한테서 탈출한다.
아무리 자존감 있는 사람이라도 자존감 깎아내리는 사람 옆에 있으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자존감이 계속 새나간다. 사람 영향 무시못한다. 이런 사람은 최대한 열심히 피하자!
3. 글을 쓴다.
연구에 따르면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불안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거나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정서명명하기라고 하는데,
정서를 명명할 때 뇌를 보면 이성을 주로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활동은 증가했지만, 감정을 주로 담당하는 편도체의 활동은 감소를 해 불안을 다스리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4. 취미를 갖는다
마음이 딴생각을 못하게 만들려면 뭔가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인데, 이러한 취미 예로는 베이킹, 음악듣기, 원예, 자연사진 보기 등이 있다.
5. 도움이 되는 글 모은다. 시 모은다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김승희 - 장미와 가시도 괜찮고 책에 나온 에밀리디킨스의 '희망은 날개달린 것'이라는 시도 좋다.
6. 운동을 한다
달리기든, 수영이든 줄넘기든 몸을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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